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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9 — 습기 많은 계절, 벽지의 호흡을 지켜내는 법 🕰️ 서두 | “벽이 답답해 보이던 날” 비가 며칠째 내렸다.방 안 공기도 눅눅했고, 벽지는 마치 숨을 참는 듯했다.그날 따라 벽을 바라보는데,이상하게 ‘사람도 벽처럼 숨을 막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손에 스펀지를 쥐고 벽지를 살짝 눌러봤다.냉기와 습기가 섞여 손끝으로 스며들었다.“이 벽도, 숨 좀 쉬게 해줘야겠다.”그게 오늘의 시작이었다. 🧭 본론 | 벽도 숨을 쉰다 — 벽지의 ‘호흡 구조’벽지는 단순히 장식이 아니다.사람의 피부처럼,공기와 수분을 교환하며 공간의 ‘숨결’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하지만 장마철이나 환기 부족한 집에서는이 호흡이 막혀 버린다.그 결과, 곰팡이·눅눅함·풀 냄새가 다시 살아난다.✅ 벽지의 호흡을 돕는 3단계1️⃣ 공기 순환 확보가구는 벽에서 최소 10.. 2025. 11. 5.
🧱 Ep.8 — 이제, 다시 벽 앞에 선다 벽 앞에 다시 선다.이번엔 달랐다.예전처럼 겁이 나지 않았다.손끝엔 여전히 풀이 묻고,바닥엔 도구가 흩어져 있지만이제 그 모든 게 ‘내 세계의 언어’로 느껴진다. 처음 도배를 배울 때만 해도,나는 늘 누군가의 그림자였다.형의 뒤에서, 사장의 지시 속에서,“조금만 더 펴라”, “주름 잡히면 안 된다”는 소리만 들었다. 그런데 지금, 벽 앞의 나는그 모든 말을 스스로에게 건넨다.“괜찮아.이 주름도 곧 펴질 거야.”벽은 늘 나를 시험했지만,이제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됐다.사람이란 결국 자신을 덧바르는 존재라는 걸.어제의 상처 위에, 오늘의 용기를 덧대고그 위에 내일의 희망을 붙이는 일. 벽지도 사람도,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다만 ‘덮어주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이제 나는 글로도 벽.. 2025. 11. 3.
Ep7. 누군가 내 글을 읽었다고 말했을 때 “선생님, 그 글… 참 좋았어요.괜히 울컥했어요.”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나는 손끝이 잠시 멈췄다.그동안 수십 번의 도배보다이 한 문장이 내 마음을 더 깊이 눌렀다.블로그를 시작할 때만 해도그저 기록용이었다.벽지 재질, 공법, 비용, 팁 —정보를 정리하는 게 전부였다.그런데 어느 날,내 글 아래에 달린 댓글 하나가 모든 걸 바꿨다. “요즘 우울했는데,선생님 글 보면서 이상하게 힘이 났어요.” 나는 모니터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내가 쓴 글이,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그날 이후, 글의 목적이 달라졌다.정보 위에 감정을 얹고,감정 위에 사람의 이야기를 쌓았다.그러자 조회수는 줄었지만,메시지는 훨씬 깊어졌다.어느 날은 벽지를 바르다문득 생각했다.“벽도 사람도, 다 닿아야 따뜻해지.. 2025. 11. 1.
Ep.6 - 도배하는 이름의 명상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시간은,풀을 바르고 벽지를 드릴 때다. 라디오 소리도 멈추고,휴대폰 알림도 잊히는 그 순간 —남는 건 오직 내 호흡과 손끝의 감각뿐이다.벽에 손을 대면, 온기가 느껴진다.그건 단순한 열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하얀 벽을 따라 손을 움직일 때면내 안의 잡음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집중이 될까.”처음엔 그저 웃기기만 했다.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이건 ‘일’이 아니라 ‘명상’이었다.도배는 서두르면 안 된다.조금만 급하면 주름이 생기고,마음이 흐트러지면 기포가 남는다.그걸 펴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삶도 그렇다.무너진 마음 위에 새 희망을 붙이려면서두르지 말고, 조용히 숨을 고르는 게 먼저다. 풀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방 안,햇살이 살짝 .. 2025. 10. 30.
🪶 Ep.5 — 벽지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세상엔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처음엔 그저 일이었고,그다음엔 생계였고,이제 와서는 나 자신이 되었다.벽지는 말이 없다. 붙여도, 찢겨도, 다시 붙여도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하지만 나는 안다.그 침묵 속에 나의 하루가 쌓이고 있다는 걸.힘든 날엔 그 벽 앞에서 괜히 멍하니 서 있었다.벽은 아무 말도 안 하지만,이상하게도 나를 다독이는 것 같았다.“괜찮다. 너는 오늘도 붙였다.”그 말이 들리는 듯했다.돌이켜보면나는 사람들에게 벽을 만들어준 게 아니라그들의 하루를 붙잡아준 거였다.그리고 그 과정에서가장 단단히 붙잡은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AI가 세상을 채워도그 벽의 질감, 풀 냄새, 손끝의 떨림만큼은 따라올 수 없다.그건 데이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의 체온이니까.그래서 나는 오늘도 벽지 앞.. 2025. 10. 17.
🌤️ Ep.4 — 벽지 사이로 들어온 빛, 그리고 내 마음의 색 벽지를 다 붙이고 나면, 나는 잠시 불을 끈다.자연광이 어떻게 들어오는지를 보기 위해서다.그때, 벽 사이로 스며드는 빛 한 줄이 방 안을 가른다.그 빛은 늘 같다. 하지만 그날의 내 마음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인다. 기분이 가라앉은 날엔 차갑고,어딘가 잘 풀릴 것 같은 날엔 따뜻하게 느껴진다.참 이상하다. 같은 벽, 같은 빛인데그날의 나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인다. 한 번은 고객이 내게 물었다.“이 색은 왜 이렇게 마음이 편해질까요?”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답했다.“아마도, 이 색은 ‘당신의 지금’을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때부터 색이 단순한 마감재가 아니었다.나는 벽지를 고를 때마다 ‘그 사람의 하루’를 떠올렸다.피곤이 묻은 사람에겐 따뜻한 베이지를,새 출발을 하는 사람에겐 깨끗한 .. 2025.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