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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멈췄기에] 4 겉지는 사라지고, 속지가 드러났을 때 반드시 해야 할 판단 벽지를 제거하고 나면가끔 이런 벽을 만난다.겉지는 사라지고석고보드 속지가 그대로 드러난 상태.언뜻 보면“도배만 다시 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하기 쉬운 장면이다.하지만 현장에서는이 상태를 그렇게 가볍게 보지 않는다.이 사진은문제가 생기기 전 단계가 아니라,이미 문제가 시작된 상태이기 때문이다.이 상태가 위험한 이유석고보드의 속지는표면 마감재가 아니다.속지는 본래겉지를 지탱하기 위한 구조층이고,수분과 풀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즉, 도배 풀을 먹는 순간속지는 불어나고그 성분이 다시 위로 베어 나온다 특히 합지 벽지를 사용할 경우,시간이 지나며벽지 위로 누런 물이 스며 올라오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문제는 이게도배 직후가 아니라며칠, 혹은 몇 주 뒤에 나타난다는 점이다.또 하나의 복병, 석고보드 고정 못.. 2026. 1. 17.
[20편]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작업자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19편의 질문들은 상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만든 질문이 아닙니다.작업자의 기준을 드러내기 위한 질문입니다.그리고 실제 현장에서는, 이 질문 하나로 분위기가 명확히 갈렸습니다.반응 1️⃣ 웃으며 넘기는 경우“아유, 그런 거까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다들 그냥 맡기세요.”이 반응은 부드럽지만, 대화는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추가 설명은 없고선택지는 제시되지 않으며책임의 경계도 흐려집니다편해 보이지만, 공사가 시작되면 질문하기 어려워집니다.반응 2️⃣ 불편해지는 경우질문이 이어질수록 말수가 줄거나, 표정이 굳습니다.“그건 나중에 보죠.” “일단 해보면 알아요.”이 반응이 나올 때, 작업자는 이미 ‘설명할 공정’을 부담으로 느끼고 있는 상태입니다.이때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면, 결과보다 감정이 먼저 상하게.. 2026. 1. 17.
[피지컬 AI : 3편] 엔진과 알고리즘 우리는 언제부터 생각을 외주 주기 시작했을까 엔진이 처음 등장했을 때,사람들은 환호했다.더 이상 무거운 것을 들지 않아도 되었고,더 이상 하루를 온몸의 통증으로 마무리하지 않아도 되었다.근육은 기계로 이전되었고,인간은 해방되었다.적어도 그렇게 믿었다.엔진은 근육을 가져갔고, 인간은 시간을 얻었다증기기관과 전기는인간의 노동을 분해했다.반복되는 힘예측 가능한 움직임측정 가능한 작업이 모든 것은기계가 인간보다 잘했다.그 결과, 인간은더 이상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는가”로평가되지 않게 되었다.대신 우리는생각하는 존재가 되었다.문제는,그 다음 단계가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점이다.계산기를 넘겨주던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사람들은 계산기를 쓸 때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암산은 느렸고실수는 잦았고기계는 .. 2026. 1. 16.
[그때 멈췄기에] 3 석고보드 속지가 풀을 먹을 때 생기는 일 석고보드 속지, 풀, 그리고 공간초배의 진짜 역할 도배 하자는 벽지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도배가 끝난 뒤 나타나는누런 자국, 녹물, 얼룩.대부분 벽지 문제로 오해합니다.하지만 실제 출발점은벽지 아래, 석고보드의 속지입니다.사진 속처럼기존 벽지를 제거하면석고보드 속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이 종이는마르면 아무 일도 없지만,풀을 먹는 순간 반응합니다.왜 ‘풀’이 문제인가풀은 접착제이기 전에수분 덩어리입니다.이 수분이속지에 스며들면눈에 보이지 않던 성분들이서서히 이동합니다.특히 합지 벽지를 사용할 경우,차단층 없이 바로 도배하면그 이동 경로는 벽지 방향 하나뿐입니다.그래서도배 직후엔 멀쩡하다가,시간차를 두고누렇게 올라옵니다.못 자리에서 시작되는 녹물의 경로석고보드는못으로 고정됩니다.이 못은평소엔 문제를 만들지 .. 2026. 1. 15.
[19편] ❝상담할 때, 이 순서로 질문하면 실패 확률이 낮아진다❞ 공사 상담에서 중요한 건 무엇을 묻느냐보다 어떤 순서로 묻느냐입니다.질문의 순서가 바뀌면, 상담의 흐름도, 결과도 완전히 달라집니다.1️⃣ “지금 이 상태에서, 안 해도 되는 건 뭔가요?”이 질문은 아주 많은 걸 드러냅니다.바로 답을 하는지망설이는지말을 돌리는지좋은 작업자는 가장 먼저 돈을 덜 쓰는 방법부터 이야기합니다.2️⃣ “견적 때 보이지 않았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이 질문은 현장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묻는 질문입니다.설명 후 선택을 주는지사진이나 실물 확인을 하는지아니면 ‘일단 진행’을 말하는지여기서 기준이 갈립니다.3️⃣ “이 공정에서 가장 실패가 많이 나는 지점은 어디인가요?”자신 있는 작업자는 실패 지점을 숨기지 않습니다.겨울 건조짐 정리기초 상태이 중 어떤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지가.. 2026. 1. 15.
[피지컬 AI : 2편] 구텐베르크의 도서관 [피지컬 AI : 2편] 구텐베르크의 도서관지식이 넘치기 시작한 순간, 인간은 더 똑똑해졌을까만약 구텐베르크가 오늘날 도서관에 들어온다면,그는 아마 감격하지 않을 것이다.대신 잠시 서서, 고개를 갸웃했을 가능성이 크다.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그가 만든 인쇄기는지식을 보존하려는 장치가 아니라지식을 복제하려는 장치였다.그리고 복제는 언제나, 의도보다 빠르게 번진다.필사에서 인쇄로지식이 ‘사건’에서 ‘상품’이 되다인쇄 이전의 책은 희귀했다.베껴 쓰는 데 시간이 들었고,오류가 생겼고,그래서 읽는 행위는 거의 의식에 가까웠다.인쇄는 이 모든 것을 바꿨다.책은 싸졌고수는 늘었고접근은 쉬워졌다지식은 더 이상“만나는 것”이 아니라“가져오는 것”이 되었다.여기서 인류는 중요한 선택을 한다.깊이보다 양을 택한 선택이다... 2026.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