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도배를 마친 뒤 방 안에 남는 냄새가 있다.
풀과 종이, 땀과 먼지, 그리고 약간의 희미한 고요.
누군가는 그 냄새를 불쾌하다고 말하지만
나에겐 그게 하루의 흔적이었다.
하루 종일 허리를 굽히고 팔을 뻗으며
하얀 벽지에 내 하루를 붙여놓는다.
누가 봐도 같은 흰 벽이지만,
그 안에는 내가 흘린 숨이 섞여 있다.
땀방울 하나하나가 벽 속에 박혀,
시간이 지나면 ‘일의 냄새’가 된다.
언젠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이 이렇게 티가 안 나는데,
나는 왜 계속 이 일을 붙잡고 있지?’
하지만 바로 그때, 새벽 햇살이 벽 위로 부드럽게 번지며
내가 붙인 벽지가 고르게 빛을 받는 걸 봤다.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아, 이게 나야.”
내 손끝에서 나오는 건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그건 누구에게 배운 것도, 흉내낼 수도 없는 것이었다.
AI가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쌓아도
이 벽 냄새만큼은 따라올 수 없겠지.
사람이 일을 통해 남기는 건 기록이 아니라 ‘감정’이니까.
오늘도 나는 벽지를 붙인다.
누군가의 공간을, 누군가의 하루를.
그리고 그 끝에는 늘 같은 냄새가 남는다.
그건 다름 아닌, 나라는 사람의 흔적이다.
반응형
'정보·뉴스·셀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2 : 손끝의 기억, 처음 풀칠하던 날 (0) | 2025.10.09 |
---|---|
자극적인 미디어가 부를 가로막는 이유 (0) | 2025.10.08 |
Ep.1: 벽지 앞에서 나를 본 날 (0) | 2025.10.07 |
대전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식! 장민호, 정동하 공연, 무료주차장 및 출연진 완벽 정리 (0) | 2025.09.26 |
2025년 추석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총정리 (0) | 2025.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