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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이 아직도 그날의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
풀냄새, 석고냄새, 그리고 조금은 눅눅한 벽의 공기.
그건 내가 세상을 다시 붙잡기 시작한 날의 향기였다.
군 제대 후 처음으로 도배를 배웠을 때,
솔직히 나는 이 일이 내 길이다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냥 누군가의 벽 한쪽에 종이를 붙이는 일이
이렇게까지 내 인생의 무늬가 될 줄은 몰랐다.
그때는 아는 형이 먼저 현장에 있었고,
나는 뒤에서 풀칠만 했다.
벽지 한 장을 붙이기 전까지
풀을 바르고, 접고, 기다리는 그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마음이 불안했으니까.
‘이게 내 일인가?’
‘나는 왜 이걸 배우고 있지?’
그런 생각이 손끝을 타고 벽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상했다.
하루, 이틀, 그리고 한 달이 지나면서
벽지 한 장이 벽에 착 달라붙는 그 순간,
마치 내 마음이 제자리를 찾는 느낌이 들었다.
“붙는다.”
그 단순한 감각이 그렇게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은 ‘풀칠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시 붙여야 할 관계, 다시 시작해야 할 일,
그리고 다시 세워야 할 나 자신이 있을 때 말이다.
그날의 나는 그걸 손끝으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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