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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욕실 맞은편 벽지를 새로 붙였다.
풀을 개어 붓질을 하던 중,
문득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손끝은 벽에 닿아 있는데,
시선은 과거로 가 있었다.
처음 도배를 배우던 그날,
어떤 형이 내게 말했었다.
“벽은 마음처럼,
한 번 틈이 생기면 풀로도 안 붙는다.”
그 말이 그땐 그저 농담인 줄 알았다.
거울 속의 나는,
이제 그 말을 이해하는 얼굴이었다.
주름이 깊어진 대신 손의 감각이 예리해졌다.
벽지를 붙이며,
나는 벽보다 내 얼굴을 더 살피고 있었다.
거울 주위 벽지는 까다롭다.
습기가 많고 조명에 각이 비쳐서,
작은 틈 하나도 쉽게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방습풀에 실리콘을 섞어 썼다.
거울 아래쪽엔 물방울이 자주 튀니까
그 부분엔 흡수 방지제를 한 번 더 칠했다.
거울 모서리에 딱 맞추려다 실패한 적도 많아서
이번엔 일부러 1mm 안쪽으로 잘라내고
실리콘으로 마감했다.
고무 헤라를 30도로 기울여 누르며
조명 아래에서도 자국이 남지 않게 눌렀다.
그 과정을 마치고 다시 거울을 보았다.
벽지는 새로워졌고,
내 얼굴도 그 안에 조금 달라져 있었다.
손끝의 땀방울이 식어가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벽지를 붙이는 게 아니라,
이 일이 나를 조금씩 붙들어준 게 아닐까 하고.
벽은 새로 입혀졌지만,
마음은 오래된 주름 그대로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은 그 주름 위에 풀 냄새를 입히며,
다시 한번 내 삶을 매끈하게 다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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