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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뉴스·셀프

🪶 Ep.5 — 벽지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by 억수르 2025.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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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오래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처음엔 그저 일이었고,
그다음엔 생계였고,
이제 와서는 나 자신이 되었다.

벽지는 말이 없다.

 


붙여도, 찢겨도, 다시 붙여도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침묵 속에 나의 하루가 쌓이고 있다는 걸.

힘든 날엔 그 벽 앞에서 괜히 멍하니 서 있었다.
벽은 아무 말도 안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를 다독이는 것 같았다.
“괜찮다. 너는 오늘도 붙였다.”
그 말이 들리는 듯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사람들에게 벽을 만들어준 게 아니라
그들의 하루를 붙잡아준 거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단단히 붙잡은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AI가 세상을 채워도
그 벽의 질감, 풀 냄새, 손끝의 떨림만큼은 따라올 수 없다.
그건 데이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의 체온이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벽지 앞에 선다.
이 벽이 나를 배신하지 않았듯,
나도 이 벽을 배신하지 않으리라.
이건 나의 기술이자, 나의 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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