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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멈추지 않으면 더 손해가 되는 순간
현장에서는 종종 이런 갈림길에 선다.
그대로 가면 일정은 지켜진다. 비용도 늘지 않는다.
하지만 결과가 눈에 보인다. 이대로 하면, 안 한 것보다 못해질 상황이라는 걸 작업자는 이미 알고 있다.
이 글은 공사를 늘리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작업자 입장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면 분명 손해였지만,
그래도 멈출 수밖에 없었던 선택에 대한 기록이다.
판단 ① | 견적에는 없었지만, 현장은 말을 걸어왔다

사진 설명 : 견적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천장 처짐 상태. 처음 상담에서는 천장 공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외관상 큰 문제는 없어 보였고, 벽 도배만으로도 정리는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작업 전 레이저 레벨기로 수평을 다시 확인한 결과, 천장 중앙부 처짐이 약 10cm 이상 확인됐다. 이 상태에서 천장은 그대로 두고 벽만 도배하면, 벽지는 천장 라인을 따라 쏠리고 마감선은 어색해진다.
결과적으로 비용을 들이고도 안 한 것보다 못한 인테리어가 된다. 이 문제는 견적서에 없었다.
하지만 현장에는 분명히 존재했다.
판단 ② | 덮지 않고, 기준부터 다시 세우기로

사진설명 : 기초를 다시 만드는 작업 중 장면. 문제를 본 이상, 기존 마감 위에 덮는 선택지는 배제했다.
가리는 공사는 빠르지만, 책임지는 공사는 느리다. 기존 천장 위에 새로 기준목을 잡고,
레이저 레벨을 기준으로 높이와 간격을 다시 조정했다. 이 과정이 끝나야 이후 도배나 마감이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기준대로 들어갈 수 있다. 이 작업은 공수가 많이 들고, 일정도 늘어난다.
작업자 입장에서는 명백히 손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택을 한 이유는 하나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이후 모든 마감이 변명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판단 ③ | 설명하고, 선택은 집주인에게 넘겼다

사진설명 : 작업자가 집주인에게 현장 상태를 직접 설명하는 장면. 작업은 잠시 멈췄다.
방문 약속을 잡은 집주인이 현장에 도착했고,
작업자는 지금 상태와 선택지를 그대로 설명했다. 겨울철 공사에서 석고보드 겹수는 체감 온도와 결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석고 1겹은 마감용에 가깝고, 외부 기온 변화에 민감하다.
2겹 시공은 공기층이 생기면서 단열 효과와 안정감에서 분명한 차이가 난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밀어붙이지 않았다.
1겹으로 갔을 때의 한계,
2겹으로 갔을 때 달라지는 결과를 있는 그대로 비교했다. 선택은 집주인이 했다.
작업자는 결정이 아니라 판단 근거만을 제공했다.
결과 | 손해를 감수한 선택이 남긴 것
이 선택으로 공사는 더디게 갔다.
예상했던 마진도 줄었다.
하지만 마감 후 현장은 다르게 남았다.
천장과 벽의 선은 자연스럽게 맞았고,
겨울철임에도 실내 체감 온도와 안정감에서 차이가 났다.
무엇보다 집주인은 알고 있었다.
이 공사가 왜 여기서 멈췄고,
왜 다시 시작됐는지를.
에필로그 | 그래서 우리는 이런 현장만 맡는다
모든 현장에서 이런 선택을 할 수는 없다.
설명을 듣고 판단하려는 집주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싸게, 빨리, 많이 하는 공사보다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아는 공사를 선택한다.
혹시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의 집도,
견적서에는 없지만 현장에 남아 있는 문제가 있다면.
그건 공사를 늘리라는 신호가 아니라,
판단을 다시 하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지난 이야기
[3편] 견적에는 없었지만, 안 하면 안 됐던 작업
인테리어 현장에서 가장 곤란한 순간은견적서에는 없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지점을 만났을 때다. 이 글은 실제 현장에서,추가 비용을 받지 않거나 설명부터 해야 했던 판단의 기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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