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공사는 끝났을지 몰라도, 문제는 시작됐을 것이다
현장에서 설명을 생략하면 공사는 빨라진다.
결정도 단순해지고, 일정표는 깔끔하게 지켜진다.
하지만 설명 없이 진행된 공사는
완공과 동시에 문제의 씨앗을 남긴다.
이 글은 실제로 그 선택을 하지 않았기에,
대신 상상해볼 수 있는 결과에 대한 기록이다.
문제 ① | 벽지는 새것인데, 집은 더 삐뚤어 보였을 것이다

사진설명 : 천장 처짐을 보완하지 않은 상태.
천장을 건드리지 않고 벽만 도배했다면,
벽지는 분명 새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처진 천장 라인을 따라
벽 상단의 도배선은 자연스럽게 쏠리고,
모서리와 방문 상부에서 어색함이 먼저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이런 마감은 하자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눈은 정확하게 불편함을 감지한다.결국 집주인은 이렇게 말하게 된다.
“왜 새로 했는데 더 이상하지?”
문제 ② | 겨울이 오면, 결로와 냉기가 먼저 말을 걸었을 것이다

사진 설명 : 단열 겹수 차이가 체감에 미치는 영향
석고보드 1겹 시공은 빠르고 깔끔하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외부 기온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벽지는 멀쩡해 보여도,
아침마다 차가운 공기가 벽면을 타고 내려오고
결로 자국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을 것이다.
이때쯤 집주인은 공사를 떠올린다.
“그때 왜 아무 말도 안 해줬을까.”
문제 ③ | 하자가 아닌데, 책임을 묻고 싶어졌을 것이다


사진 설명 : 부출입문폐문전(왼쪽)과 후(오른쪽) 설명 없이 마감된 현장 가정
이 상황의 가장 불편한 지점은
법적으로 따질 수 있는 하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공은 계약대로 끝났고,
견적서에도 없는 공사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집주인의 마음에는
설명받지 못한 선택이 계속 남는다.
이때부터 공사는 분쟁이 된다.
문제 ④ | 결국 다시 뜯게 됐을 것이다
처음에는 참고 산다.
하지만 계절이 한 번 바뀌고,
벽과 천장의 어색함이 반복해서 눈에 들어오면
다시 손대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때 드는 비용은 처음보다 크다.
이미 한 번 한 공사를 다시 뜯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 | 그래서 설명은 옵션이 아니다
설명은 친절이 아니다.
추가 공사를 팔기 위한 기술도 아니다.
설명은 잘못된 선택을 피하게 해주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
대신 판단에 필요한 정보만을 꺼내놓는다.
혹시 지금 당신의 집 공사가
너무 빨리, 너무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다면.
그건 일이 잘 되고 있는 게 아니라,
설명이 생략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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