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현장에서 가장 곤란한 순간은
견적서에는 없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지점을 만났을 때다.
이 글은 실제 현장에서,
추가 비용을 받지 않거나 설명부터 해야 했던 판단의 기록이다.
🏠 프롤로그 | 견적서는 공사의 끝이 아니다
견적서는 출발점이다.
하지만 살림집 현장은, 문을 여는 순간부터 변수가 생긴다.
벽을 뜯지 않아도 보이는 문제,
손으로 만져보면 느껴지는 이상 신호들.
이걸 모른 척 지나가면
공사는 끝나도 문제는 남는다.

사진설명 : 이 공간은 처음 상담 때 천장 공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곳이다. 외관상 큰 이상이 없어 보였고, 벽 도배만으로도 정리가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기존 마감재를 유지한 채 작업에 들어가기 전, 레이저 레벨기로 수평을 다시 확인했다. 측정 결과, 천장 중앙부 처짐이 약 10cm 이상. 이 상태에서 천장을 건드리지 않고 벽만 도배할 경우, 벽지는 천장 라인을 따라 심하게 쏠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마감은 깔끔해 보이지 않고, 안 한 것보다 못한 인테리어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 지점이 바로 견적 단계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천장은 그대로 두고 벽만 새로 하면, 문제는 가려지는 게 아니라 더 또렷해진다. 그래서 이 현장은 “공사를 늘릴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이 상태로 진행해도 되는가”를 다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 상황 ① | 손대지 않으면 다음 공정이 무너지는 지점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벽 하단과 모서리 쪽에서 미세한 이상이 느껴졌다.
이 상태로 도배나 필름을 진행하면,
마감은 나오지만 접착과 내구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 그냥 진행한다
- 기초를 다시 만든다
이 현장에서는 후자를 택했다.
⛏️ 판단 ① | 추가 작업을 결정한 기준
이 작업은 견적에 없었다.
시간도 더 들고, 체력도 더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댄 이유는 단순하다.
이걸 안 하면, 하자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
작업자는 결과에 남고,
견적서는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사진 설명 : 천장 처짐이 확인된 후, 기존 마감 위에 덮는 방식은 바로 배제했다. 문제를 가린 채 진행하면 결과는 반드시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공간은 기초부터 다시 만드는 선택을 했다. 사진은 기존 천장 위에 새로 기준목을 잡는 과정이다. 레이저 레벨로 수평을 다시 잡고, 처짐 정도에 맞춰 간격과 높이를 조정했다. 이 작업이 끝나야만 이후 도배나 마감 공정이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기준대로’ 들어갈 수 있다. 이 과정은 시간도 많이 들고, 작업자 입장에서는 수익이 남지 않는 구간이다. 하지만 이 기초를 건너뛰면, 벽 도배와 천장 마감은 아무리 잘해도 삐뚤어 보일 수밖에 없다.그래서 이 현장은 마감보다 먼저, 기준을 다시 세우는 작업을 선택했다.
🗣️ 판단 ② | 먼저 설명하고, 선택권을 넘긴다
추가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먼저 설명하는 것이다.
- 지금 상태
- 그냥 갔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
- 손댔을 때 달라지는 결과
이 세 가지만 정확히 전달했다.
의뢰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작업자는 판단 근거를 꺼내놓는다.

기초를 다시 잡는 과정에서, 작업은 잠시 멈췄다.
방문 약속을 잡은 집주인이 현장에 도착했고, 작업자는 현재 천장 상태와 선택지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겨울철 공사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석고보드 겹수에 따른 단열 효과 차이다.
석고 1겹은 마감용에 가깝고, 외부 기온 영향이 빠르게 전달된다.
반면 2겹 시공은 내부 공기층을 형성해 체감 온도와 결로 발생 가능성에서 확실한 차이를 만든다. 이 설명은 “더 하자”는 제안이 아니었다. 지금 상태에서 1겹으로 갔을 때의 한계, 2겹으로 갔을 때 달라지는 결과를 있는 그대로 비교했다.
선택은 집주인에게 맡겼고, 작업자는 판단 근거만을 현장에서 공유했다. 이 장면은 공사의 방향을 바꾼 순간이기도 하다.
작업자가 결정하는 공사가 아니라,
설명을 듣고 이해한 뒤 집주인이 선택한 공사로 바뀌는 지점이었다.
⚖️ 결과 | 비용보다 중요한 것
이 현장에서는 추가 비용을 받지 않았다.
받고 안 받고의 문제보다, 결과가 더 중요했다.
- 다음 공정이 안정됐고
- 마감 후 수정은 없었으며
- 의뢰인은 상황을 이해했다
이런 현장은,
나중에 반드시 다시 연락이 온다.
✅ 정리 | 견적에 없는 작업이 신뢰를 만든다
견적서에 적히지 않은 작업이
현장에서는 가장 중요할 때가 많다.
공사는 계약으로 시작하지만,
신뢰는 판단에서 만들어진다.
📌 다음 글 예고
다음 글에서는,
작업자 입장에선 손해지만, 해야 했던 선택을 정리한다.
지금 견적을 받아놓고 고민 중이라면,
이 견적에서 빠진 부분이 없는지 한 번 점검해보는 게 좋다.
원하면,
사진 몇 장만 보고도
지금 꼭 필요한 작업인지 아닌지 기준을 정리해준다.
댓글이나 메시지로 남겨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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