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 손끝의 기억, 처음 풀칠하던 날
손끝이 아직도 그날의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풀냄새, 석고냄새, 그리고 조금은 눅눅한 벽의 공기.그건 내가 세상을 다시 붙잡기 시작한 날의 향기였다.군 제대 후 처음으로 도배를 배웠을 때,솔직히 나는 이 일이 내 길이다라는 확신이 없었다.그냥 누군가의 벽 한쪽에 종이를 붙이는 일이이렇게까지 내 인생의 무늬가 될 줄은 몰랐다.그때는 아는 형이 먼저 현장에 있었고,나는 뒤에서 풀칠만 했다.벽지 한 장을 붙이기 전까지 풀을 바르고, 접고, 기다리는 그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모른다.마음이 불안했으니까.‘이게 내 일인가?’‘나는 왜 이걸 배우고 있지?’그런 생각이 손끝을 타고 벽으로 전해졌다.하지만 이상했다.하루, 이틀, 그리고 한 달이 지나면서벽지 한 장이 벽에 착 달라붙는 그 순간,마치 내 마음이 ..
2025.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