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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앞에 다시 선다.
이번엔 달랐다.
예전처럼 겁이 나지 않았다.
손끝엔 여전히 풀이 묻고,
바닥엔 도구가 흩어져 있지만
이제 그 모든 게 ‘내 세계의 언어’로 느껴진다.
처음 도배를 배울 때만 해도,
나는 늘 누군가의 그림자였다.
형의 뒤에서, 사장의 지시 속에서,
“조금만 더 펴라”, “주름 잡히면 안 된다”는 소리만 들었다.
그런데 지금, 벽 앞의 나는
그 모든 말을 스스로에게 건넨다.
“괜찮아.
이 주름도 곧 펴질 거야.”
벽은 늘 나를 시험했지만,
이제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됐다.
사람이란 결국 자신을 덧바르는 존재라는 걸.
어제의 상처 위에, 오늘의 용기를 덧대고
그 위에 내일의 희망을 붙이는 일.
벽지도 사람도,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덮어주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이제 나는 글로도 벽을 바른다.
사람의 마음 위에,
부드럽게 퍼지는 말의 풀이 되어.
언젠가, 내 글이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덮을 수 있다면
그게 내가 다시 벽 앞에 서는 이유일 것이다.
🏷️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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