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8 — 이제, 다시 벽 앞에 선다
벽 앞에 다시 선다.이번엔 달랐다.예전처럼 겁이 나지 않았다.손끝엔 여전히 풀이 묻고,바닥엔 도구가 흩어져 있지만이제 그 모든 게 ‘내 세계의 언어’로 느껴진다. 처음 도배를 배울 때만 해도,나는 늘 누군가의 그림자였다.형의 뒤에서, 사장의 지시 속에서,“조금만 더 펴라”, “주름 잡히면 안 된다”는 소리만 들었다. 그런데 지금, 벽 앞의 나는그 모든 말을 스스로에게 건넨다.“괜찮아.이 주름도 곧 펴질 거야.”벽은 늘 나를 시험했지만,이제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됐다.사람이란 결국 자신을 덧바르는 존재라는 걸.어제의 상처 위에, 오늘의 용기를 덧대고그 위에 내일의 희망을 붙이는 일. 벽지도 사람도,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다만 ‘덮어주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이제 나는 글로도 벽..
2025.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