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앞벽지1 Ep.1: 벽지 앞에서 나를 본 날 오늘은 욕실 맞은편 벽지를 새로 붙였다.풀을 개어 붓질을 하던 중,문득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손끝은 벽에 닿아 있는데,시선은 과거로 가 있었다.처음 도배를 배우던 그날,어떤 형이 내게 말했었다.“벽은 마음처럼,한 번 틈이 생기면 풀로도 안 붙는다.” 그 말이 그땐 그저 농담인 줄 알았다.거울 속의 나는,이제 그 말을 이해하는 얼굴이었다.주름이 깊어진 대신 손의 감각이 예리해졌다.벽지를 붙이며,나는 벽보다 내 얼굴을 더 살피고 있었다.거울 주위 벽지는 까다롭다. 습기가 많고 조명에 각이 비쳐서,작은 틈 하나도 쉽게 드러난다.그래서 나는 오늘,방습풀에 실리콘을 섞어 썼다.거울 아래쪽엔 물방울이 자주 튀니까그 부분엔 흡수 방지제를 한 번 더 칠했다.거울 모서리에 딱 맞추려다 실패한 적도 많아서.. 2025. 10.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