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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뉴스·셀프

[피지컬 AI : 3편] 엔진과 알고리즘

by 억수르 2026.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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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 생각을 외주 주기 시작했을까

 

엔진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더 이상 무거운 것을 들지 않아도 되었고,
더 이상 하루를 온몸의 통증으로 마무리하지 않아도 되었다.
근육은 기계로 이전되었고,
인간은 해방되었다.

적어도 그렇게 믿었다.


엔진은 근육을 가져갔고, 인간은 시간을 얻었다

증기기관과 전기는
인간의 노동을 분해했다.

  • 반복되는 힘
  • 예측 가능한 움직임
  • 측정 가능한 작업

이 모든 것은
기계가 인간보다 잘했다.

그 결과, 인간은
더 이상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는가”로
평가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가 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가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점이다.


계산기를 넘겨주던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계산기를 쓸 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 암산은 느렸고
  • 실수는 잦았고
  • 기계는 정확했다

그래서 우리는 계산을 맡겼다.
그리고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아주 조용한 변화가 일어났다.

사고의 일부가 외부로 이동했다.


알고리즘은 생각의 엔진이다

엔진이 근육을 대체했다면,
알고리즘은 사고의 절차를 대체한다.

  • 추천 시스템은 선택을 대신하고
  • 네비게이션은 판단을 대신하며
  • 자동화된 의사결정은 책임의 경계를 흐린다

우리는 여전히 생각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는 이미 생각된 것 중 하나를 고르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알고리즘의 본질이다.
생각을 없애지 않는다.
생각의 경로를 미리 깔아둔다.


외주화는 언제나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온다

근육의 외주화는 생산성을 높였다.
계산의 외주화는 정확도를 높였다.
판단의 외주화는 속도를 높인다.

문제는 속도다.

속도는
성찰보다 빠르고,
의심보다 앞서며,
책임보다 먼저 도착한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하지 않기로 결정한 적이 없는데도,
어느새 생각하지 않게 된다.


AI는 사고의 마지막 구간을 노린다

지금의 AI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 요약한다
  • 비교한다
  • 결론을 제안한다

이건 편의 기능이 아니다.
추론의 외주화다.

우리는 질문만 던지고,
판단은 미뤄둔다.

그리고 점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라는 문장을
자주 쓰게 된다.


사고를 맡긴다는 것의 진짜 비용

사고를 외주화하면
에너지는 아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잃는다.

  • 생각이 느려질 기회
  • 망설일 권리
  • 틀릴 자유

사고는 원래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인간적이다.

알고리즘은
우리를 대신해 생각해주지만,
우리를 대신해 책임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무엇을 남겨야 할까

엔진 이후,
인간은 근육을 정의하지 않아도 되었다.

알고리즘 이후,
우리는 이제
사고의 경계를 정의해야 한다.

  • 어디까지 맡길 것인가
  • 어디서 멈출 것인가
  • 무엇만큼은 직접 할 것인가

이 질문을 하지 않는 사회는
편해질 수는 있어도
성숙해지지는 못한다.


마지막 편으로 가는 문

문자는 기억을 바꿨고,
인쇄는 지식을 넘치게 했으며,
엔진과 알고리즘은
노동과 추론을 외주화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2026년,
우리는 어떤 지능을 남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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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8 - [정보·뉴스·셀프] - [피지컬 AI : 2편] 구텐베르크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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